
[영화 칼럼] 갱스터 DNA는 숨길 수 없다, 살벌한 이웃의 탄생 - 영화 '위험한 패밀리(The Family)'
1. 개요
영화 '위험한 패밀리(The Family)'는 '레옹', '제5원소' 등으로 한국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거장 뤽 베송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평화로운 프랑스 노르망디의 작은 마을에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한 가족이 이사를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겉보기에는 단란해 보이지만, 실상 이들은 전직 마피아 보스와 그 가족들로, 조직의 비리를 밀고한 대가로 FBI의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받으며 은신 중인 신세다. 마피아라는 거친 소재를 가족 드라마와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 녹여내어, 살벌하면서도 유쾌한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로버트 드 니로, 미셸 파이퍼 등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본고에서는 이 영화의 줄거리와 특징, 그리고 감상평을 심도 있게 다루고자 한다.
2. 줄거리
어두운 밤, 프랑스 노르망디의 한적한 마을에 블레이크 가족이 이사를 온다. 가장인 프레드, 그의 사랑스러운 아내 매기, 그리고 딸 벨과 아들 워렌으로 구성된 이 가족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미국인 가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사 첫날부터 프레드는 자신의 집 뒷마당에 시체를 묻으며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긴다. 사실 프레드는 악명 높은 마피아 조직의 보스였으나, 조직을 FBI에 밀고하고 가족과 함께 도피 생활을 하는 중이다. FBI 요원들은 집 근처에 상주하며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보호한다.
문제는 이 가족의 혈관 속에 흐르는 '마피아의 피'가 숨겨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내 매기는 동네 마트에서 땅콩버터를 찾다가 점원과 다른 손님들이 자신의 영어 발음을 비웃으며 미국인을 험담하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마트를 폭파해 버리는 과격함을 보여준다. 학교에 간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들 워렌은 전학 첫날부터 괴롭힘을 당하지만, 특유의 잔머리와 협상 능력으로 학교 내의 불량 학생들을 포섭하고 밀수품을 거래하며 순식간에 학교의 실세로 등극한다. 딸 벨 역시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며 무례하게 구는 남학생을 테니스 라켓으로 무자비하게 응징하며 마피아의 딸임을 증명한다.
프레드 또한 조용히 살지 못한다. 배관공이 자신에게 사기를 치려하자 흠씬 두들겨 패 병원 신세를 지게 만들고, 지역의 비료 공장 사장이 자신을 무시하자 공장 시설을 파괴하고 대표를 응징해 버린다. 그러던 중, 워렌이 학교 신문에 기고한 글이 우연히 섞여 들어간 신문이 미국까지 흘러 들어가게 되고, 수감 중이던 옛 마피아 조직의 보스가 이를 발견하게 된다. 워렌의 글에 담긴 특정 문구가 과거 조직원들끼리 쓰던 은어였기 때문이다.
위치를 발각당한 프레드 가족을 처단하기 위해 중무장한 마피아 암살단이 노르망디로 파견된다. 마을 축제 분위기 속에서 암살단은 프레드의 집에 바주카포를 쏘며 무차별 공격을 감행한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프레드 가족은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프레드는 노익장을 과시하며 총격전에 나서고, 매기와 아이들 역시 각자의 무기를 들고 암살단에 맞서 싸운다. 치열한 총격전 끝에 가족은 살아남고, 이 사건을 계기로 서로의 소중함을 확인하며 더욱 끈끈해진 가족애를 느끼게 된다.
3. 영화의 특징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부조화 속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잔혹하고 폭력적인 마피아라는 소재를 가장 평화롭고 목가적인 프랑스 시골 마을에 배치함으로써 발생하는 아이러니가 웃음을 유발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 대화나 타협 대신 폭력과 협박을 서슴지 않는 가족의 모습은 윤리적으로는 비판받아 마땅하나, 영화적 허용 내에서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를 통해 감독은 인간의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전달한다.
또한, 각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하게 살아있다. 로버트 드 니로는 과거 갱스터 무비에서 보여주었던 카리스마를 유지하면서도, 은퇴 후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는 중년 남성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미셸 파이퍼 역시 우아한 외모 뒤에 숨겨진 다혈질적인 성격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며 극의 재미를 더한다. 자녀들 또한 부모의 기질을 그대로 물려받아 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그들만의 방식(마피아 식)으로 평정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액션과 코미디의 균형도 인상적이다. 전반부가 가족들의 좌충우돌 적응기와 소소한 복수극을 다룬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면, 후반부는 정통 갱스터 무비를 방불케 하는 총격전과 액션으로 채워져 있다. 뤽 베송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액션 연출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4. 감상평
영화 '위험한 패밀리'는 마피아 가족의 갱생 불가한 본능을 유쾌하게 비트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이토록 살벌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가 시한폭탄 같은 존재들이지만, 외부의 위협 앞에서는 그 어떤 가족보다 단단하게 뭉치는 모습에서 묘한 감동마저 느껴진다. 특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이면, 도덕적 잣대를 잠시 내려놓고 이 위험천만한 가족의 생존을 응원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다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화려한 캐스팅과 흥미로운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전개 과정에서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FBI의 감시가 허술하게 묘사되거나, 마피아 조직이 이들을 찾아내는 과정이 너무 우연에 의존한다는 점은 서사의 치밀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또한, 시종일관 이어지는 과격한 폭력 묘사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오로지 폭력으로 귀결되는 점은 통쾌함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1차원적인 해결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훌륭한 킬링타임용 무비로서의 미덕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로버트 드 니로와 미셸 파이퍼라는 대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티켓값은 충분히 한다고 볼 수 있다. 복잡한 생각 없이 화끈한 액션과 빵 터지는 웃음을 원한다면, 그리고 갱스터 무비의 향수를 현대적인 코미디 감각으로 느껴보고 싶다면 '위험한 패밀리'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