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개요
오늘 소개할 작품은 2019년에 개봉한 공포 스릴러 영화 '프레이(Prey)'이다. 프랭크 칼포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국내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로건 밀러가 주인공 토비 역을, 크리스틴 프로세스가 미스터리한 소녀 매들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 영화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눈앞에서 잃은 한 소년이 극심한 죄책감과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일종의 자아찾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무인도에 방치되며 벌어지는 끔찍한 생존기를 그리고 있다.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단순히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 드라마의 틀을 넘어선다. 겉보기에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열대 지방의 외딴섬이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기이한 존재와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장르적 변주를 시도했다. 아무도 없다고 믿었던 고립된 공간에서 자신을 노리는 미지의 존재를 깨달았을 때의 공포감은 관객들에게 서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인간의 내면적인 상처와 외부적인 공포가 충돌하는 지점을 탐구하며, 고립이라는 테마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무장한 영화라 할 수 있다.
2. 줄거리
주인공 토비는 평범한 십 대 소년으로, 어느 날 스마트폰에 빠져 휴식을 취하던 중 자동차를 고치던 아버지의 도움 요청을 무시하게 된다. 하지만 그 짧은 찰나의 무관심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낳고 만다. 아버지는 침입자들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토비는 자신이 아버지를 외면했다는 깊은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극심한 우울증을 앓게 된다. 결국 그는 문제 청소년들을 위한 자아찾기 및 행동 교정 프로그램에 등록하게 되고, 그 최종 단계로 말레이시아 인근의 한 무인도에서 3일 동안 홀로 생존해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는다.
프로그램의 교관 K는 토비를 섬에 홀로 남겨둔 채 떠나고, 토비는 막막한 무인도 생활을 시작한다. 문명의 이기 없이 자라온 밀레니얼 세대인 그는 첫날부터 원숭이에게 얼마 없는 식량을 빼앗기고 발을 심하게 다치는 등 온갖 고초를 겪는다. 다목적 칼에 달린 돋보기를 이용해 간신히 불을 피우며 생존에 적응해 가던 중, 그는 섬에 자신 외에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인기척을 느끼게 된다. 확인을 위해 조명탄을 쏘아 올린 다음 날, 그는 바닷가에서 미스터리한 소녀 매들린을 발견한다. 매들린은 토비에게 직접 잡은 짐승을 구워주며 호의를 베풀고, 두 사람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하지만 약속된 3일 차 아침이 밝았음에도 교관 K는 돌아오지 않는다. 불길한 예감에 바닷가를 수색하던 토비는 난파된 K의 보트와 그의 소지품을 발견하게 되고, 숲속 깊은 곳에 숨겨진 좁은 동굴 안에서 기괴한 벽화를 목격하며 섬에 얽힌 불길한 비밀에 접근하게 된다. 이후 그는 섬 안쪽에서 사람이 사는 오두막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매들린의 어머니와 마주친다. 토비는 그녀가 교관 K를 살해했다고 짐작하며 공포에 질린다.
토비는 매들린에게 그녀의 어머니가 살인자라고 경고하며 함께 섬을 빠져나가자고 제안한다. 탈출을 위해 버려진 등대를 작동시키려던 토비는 기름을 구하기 위해 다시 매들린의 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 섬에는 태초부터 존재해 온 악마가 살고 있었고, 그 악마의 숙주가 다름 아닌 순수해 보이던 매들린이었던 것이다. 매들린의 어머니는 악마가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딸과 함께 무인도에 스스로를 격리하고 있었던 비운의 인물이었다.
결국 악마의 본성을 드러낸 매들린은 자신의 어머니는 물론, 토비를 찾으러 온 프로그램 동기 카메론마저 무참히 살해한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토비는 매들린의 어머니가 남긴 수면제 열매를 이용해 매들린을 기절시키고 등대에 기름을 채워 구조 신호를 보내는 데 성공한다. 해안 경비대가 불빛을 보고 다가오지만, 영화는 구조대의 배에 오르는 인물이 토비가 아닌, 악마의 숙주 매들린이라는 소름 돋는 반전을 보여주며 충격적으로 끝을 맺는다.
3. 영화의 특징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무인도라는 공간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을 호러 스릴러의 주된 동력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도망칠 곳조차 없는 폐쇄적인 환경은 주인공이 느끼는 무력감과 절망감을 극대화한다. 특히 밝고 아름다운 태양 아래 펼쳐진 이국적인 정글의 풍광과, 그 속에서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저지르는 악마의 존재는 강렬한 시각적 대비를 이루며 이질적인 공포를 조성한다.
또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내면의 여정을 외부의 물리적인 위협과 교차시킨 플롯도 눈에 띈다. 토비가 아버지를 구하지 못했다는 과거의 상처는 섬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현재의 생존 투쟁과 맞물리며 캐릭터의 입체감을 더하려 노력했다. 단순한 틴에이저 슬래셔 무비에서 벗어나 심리적 드라마의 요소를 가미하고자 한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악마라는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서사적 기반이 빈약하다는 것은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원주민들의 전설이나 벽화 등을 통해 힌트만 던져줄 뿐, 왜 하필 매들린이 악마의 숙주가 되었는지, 악마의 정확한 목적이나 기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여 후반부 전개의 개연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관객 입장에서는 급작스러운 판타지 호러로의 장르 전환이 다소 뜬금없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4. 감상평
영화 프레이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흥미로운 설정으로 출발하지만, 결승선에 다다를수록 뒷심이 부족해지는 아쉬운 작품이다. 자아찾기 프로그램이라는 명목하에 십 대 소년을 무인도에 홀로 방치한다는 오프닝 설정 자체도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영화적인 허용으로 넘어가더라도 이후에 펼쳐지는 스토리의 전개는 다소 작위적인 면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킬링타임용 스릴러로서의 미덕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낯선 환경에 내던져진 현대인의 생존 본능을 지켜보는 재미와 더불어, 밤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서스펜스는 영화의 중반부까지 관객의 시선을 묶어두기에 충분하다. 특히 매들린 역을 맡은 크리스틴 프로세스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온 순수한 소녀의 모습부터 피를 탐하는 잔혹한 악마의 모습까지, 양극단을 오가는 야누스적인 매력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영화의 부족한 서사를 연기력으로 메워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영화의 결말이다. 온갖 고생 끝에 구조 신호를 보내는 데 성공한 주인공이 결국 살아남지 못하고, 오히려 악마가 문명 사회로 나아가게 되는 배드 엔딩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찝찝한 여운을 남긴다. 해피 엔딩의 클리셰를 철저히 박살 낸 이 선택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으나, 호러 장르 본연의 씁쓸한 뒷맛을 즐기는 관객들에게는 꽤나 매력적인 마무리로 다가올 것이다.
전체적으로 프레이는 뛰어난 명작의 반열에 오르기는 어렵지만, 고립된 공간이 주는 원초적인 두려움과 오컬트적인 요소를 결합한 독특한 시도 자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개연성보다는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와 깜짝 놀라게 하는 장르적 재미에 초점을 맞추고 감상한다면 주말 밤을 보내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